행복(幸福)을 저축(貯蓄)하는 우리
청어 등 처럼 푸른 하늘에 해 맑은 빛이 묵은해의 휘장을 열고 쏟아지는 설날 아침은 언제 보아도 싱그럽고 사랑스럽다.
이 아침이 있기에 우리들은 마디마디 후회란걸 하며 살아가게 된다.
고객과 씨름을 하느라 자정으로 치닫는 초침과 경주를 하며 바쁘게 보낸 나날도 아쉽고, 조제실을 부지런히 넘나들며 줄타기를 하는 곡예사처럼 신경을 곤두세워 환자를 대하던 일들도 안타깝던 일들이다.
그러나 우리 집과 더불어 고객의 가정을 안위하게 해 준 신의 사랑에 먼저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구하여 얻은 사랑도 좋지만 구하지도 않았는데 받게되는 사랑이란 한없이 즐겁고 유쾌하듯이 내 조그만 믿음의 뿌리를 타고 오르는 진실의 교훈이라 생각하면 가슴에 감사함이 먼저 뭉클한다.
돌아가신 아버님께서 우리 자식들에게 『진실에 살아라』하신 말만 따르더라도 이처럼 지난 한해가 모두 은혜스럽고 기쁘기만 했으니 말이다. 이처럼 우리 모두가 이것을 느낄 때 이를 ‘보람’이라 이름 지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가정의 단란이 지상에 있어서 가장 빛나는 기쁨이라 했고 자녀를 보는 즐거움은 인간의 가장 성스러운 즐거움이라 했는데 나로 하여금 그런 것들을 빼앗긴 서운함, 또한 감출수 없다.
아이들과 익애(溺愛)할 수 있는 시간의 제약을 받았고, 아내와 함께 마음 풀고 테니스를 즐길만한 기회마저 용납되지 않았으니, 도시(都是) 우리는 자연인으로서의 발전에 너무나 무관심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우리들이 만든 제재(制裁)의 사슬에 매여 한 달에 고작 3일도 마음놓고 쉴 수 없는 우리들은 어쩜 우매(愚昧)한 현자(賢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우리들의 가정과 가족을 위하여, 보다 과감한 개선과 풍요한 설계를 꾸미는데 인색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가정은 행복을 저축하는 요람이지 그것을 채굴하여 마구 낭비하는 곳은 아니다.
어떤 의미로는 고객보다 더욱 중요한 우리를 생각하는 기해년 새해가 되기를 비는 마음 간절하다.
사랑 가득한 설날 아침.